합스부르크600년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작년 2월의 일입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2021년 3월, 저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첫째 8세, 둘째 4세… 엄마가 갑자기 아픈 탓에 아이들의 정서적 환경에도 많은 부침이 있었는데요. 그 탓인지 첫째의 초등 1,2년 생활은 정말 말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계속되는 거짓말과 저금통을 털어 펑펑 쓰기까지…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에 오질 않고 전화는 받지도 않고, 매일 어디로 사라지고, 학원에도 늦고… 모자를 눌러 쓰고 휘청 거리며, 둘째의 손을 잡고 첫째를 잡으러 다니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를 마친 후, 첫째를 데리고 밖으로 많이 다녔습니다. 생각의 폭과 경험을 넓혀줄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에는 첫째만 데리고 근처 전시회와 공연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리고 초등 3학년, 반에서 혼자만 비행기를 못 타봤다며 울고불고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아이를 보다 못해 달랑 모녀만의 일본 여행을 계획해두고, 출발 일주일 전 다녀온 국립 중앙 박물관 나들이였습니다.

합스부르크600년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리 예매를 하지 못한 탓에, 7시 반 아이 둘을 준비 시켜 둘째의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둘째를 등원시키고, 첫째와 버스에 탑승한 시각은 8시를 조금 넘겼을 때였습니다. 도착하니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는데, 줄이 엄청 길었습니다. 한 시간 반, 줄서기를 마치고 나서야 운 좋게 현장 발권에 성공해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실내는 사람이 많아 무척 더웠고, 인파에 밀려 하는 관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첫째는 제 핸드폰을 빌려서 사진도 열심히 찍어가며 꽤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조 유물을 국내로 빌려와서 하는 전시회였기 때문에, 전시회 일정이 끝나기 직전 조바심을 내며 갔었는데, 다녀오고 나니 몇 개월 연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ㅎㅎ
어쨌든 나름 유익한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 본관으로 진입해서 1,2층을 관람하며 첫째와 푸트코트에서 식사도 마쳤습니다.

추웠던 날이지만, 저 역시 수십 년 만에 방문해본 중앙박물관이었기 때문에 한 바퀴 돌며 구경도 하고 첫째의 사진도 찍어주었습니다. 첫째는 처음이나 다름없는 서울 나들이였기 때문에 그대로 돌아오기는 아쉬워서, 남대문 시장을 구경하려고 함께 버스에 탔습니다. 하지만 오래 기다려 버스에 올라탔는데, 당시의 파업 이슈로 버스가 회현역 근처까지 가질 않고 그 이전에 회차하더군요. 아이를 데리고 서울 거리를 헤매며 남대문시장을 찾기는 싫어 전철로 다시 환승하느라 시간만 버리고 번거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든 서울 남대문 시장까지 둘러보고, 만원 지하철과 버스를 거쳐 집에 도착하니 6시.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첫째를 집에 들여보내고 겨우 둘째를 데려왔습니다.
둘째는 자신만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누나만 데리고 서울 구경에 나선 것도 모자라, 그 다음 주 누나와 엄마만 일본 여행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내년(올 24년)에는 꼭 서울 구경도 함께 가고, 일본 여행을 다녀올 때는 둘째가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을 사주기로 단단히 약속을 했습니다.